다우리·산행정보/산에대한명언들

등산관련 시

다우리산사랑 2015. 3. 10. 19:51

 

 

<지리산>


백두대간 끝자락

꿈꾸듯 찾아든 지리산


그 장대한 능선에 서서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고

저 민초들이 숨 쉬는 들판을 보면서

한 굽이 돌 때마다

긴 한숨 몰아쉰다


면면이 이어온 역사가 있고

켜켜이 쌓인 사연과 더불어

온갖 상처가 배여 있는 곳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추기고

떡 한 조각에 허기를 면하며

걷고 또 걸으며

숨져간 젊은이들의 영혼을 달랜다


그리고 내일은 밝으리라는

여명을 기대하며 걷는다

천왕봉 그를 향해 걷는다


지리산의 의미를---

오늘에 사는 의미를 새김질하며 걷는다


이제 상처를 씻고

내안의 아픔을 훑고

어리석음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빌고 다짐하며 걷는다


오늘 우리가 걷듯

내일은 또 다른 젊은이가 걸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늘 그래 왔듯이

내일도 모래도 지리산은 영원하리라



<팔공산>


동쪽엔 갓바위 부처님이 계시고

북쪽엔 군위 석굴암 삼존불이 계시며

서쪽엔 파계사 원통전에 관음보살이 계시고

남쪽엔 동화사 약사대불이 계시는 곳


고려의 개국공신 申崇謙 장군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이 성스러운 땅


그 팔공산이 만신창이다


정수리는 뜯기어 철탑이 올라서고

목 줄기를 타고 케이블카가 올라와서 목을 죄는데

가슴팍은 할퀴고 찢기어 골프장이 들어서고

마디마디 골마다 음식점이 넘치니

나래 편 봉황이 날아갈 수가 없다


그래도 갓바위 부처님은 알리라

이 모두가 가진 자들의 횡포라는 것을


가진 것 없는 민초들은

가파른 돌계단 길 올라

부처님께 치성을 드리니


“어여쁜 우리 영감 무병장수케 해 주소서

귀여운 내 자식 부디 무탈하게 해 주소서”


어설픈 아낙들은 집안 걱정 먼저고

자신을 위한 소원은 빌 줄도 모른다


그래도 갓바위 부처님은 알리라

이 어설픈 아낙들이 가진 자들보다 더 진실하다는 것을


팔공산을 헐고

거기 제 영달을 심어도

갓바위 부처님은 알리라

그 건 재앙일 따름이라는 것을

 

 


<함백산>


함백산이 아버지를 닮았는가

자꾸 아프다고 한다


그 옛날

정암사를 품에 안고

동남천 맑은 물가를 무릉리라 하였을 제


不事二君 지조를 지킨

고려유신이 숨어든

두문동이 있었던 곳


그런데 이제

동남천의 물은 흐리고

무릉리엔 카지노가 들어섰으며

두문동은 고랭지 채소밭이 되어버렸다


함백산 산허리는 할퀴고 잘리고

봉우리 턱밑까지 도로가 파고들어

그 아래엔 터널마저 뻥뻥 뚫렸으니


허리가 결리는가

늙은 아버지를 닮은 함백산이

자꾸 아프다고 한다


배고픈 자식들을 위해

탄 더미를 쏟아내고

산천이 까맣게 타 들어갈 때까지

속살을 떼어 내 주더니


이젠 피가 마르고

숨쉬기가 힘든지


능선이 하얀 설원이 되고

산정에 안개 휩싸이면

아픈 상처를 가누며 신음을 하는데


나그네는

아버지를 닮은 함백산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다


<혼자 가는 산>


산은 떼 지어 몰려가기보다

혼자 가는 곳이다


산은

고독한 영혼을 받아들이고

아픈 상처를 만져주고

여윈 가슴을 포근히 감싸준다


그러므로 우울하고 답답하면

산으로 가는 거다

분하고 원통하면

높은 산으로 가는 거다

한이 맺히도록 아프고 그리우면

험한 산으로 가는 거다


바위를 넘고

절벽을 기어오르며

혼신의 힘으로 천길 벼랑에 매달려

죽을 고비 몇 번 넘기고 나면

아팠던 상처 아물어 갈 거다


그리하여 우리들

삭막한 가슴, 허물어진 육신으로나마

고갯마루에 올라서서

저 멀리 구름 밖에 하얀 얼굴이 떠오르면

혼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거다



<희양산>


얼굴 하얀 동승이 서 있다


“스님 계신가”

동승의 대답이 엉뚱하다


“희양산이 저기 있거늘

스님은 찾아 무얼 하려고요


사람이 부처요

부처가 사람이라 하지만

스님이 저 위대한 희양산만큼이야 하겠어요“


따는 동승의 말이 옳다


파란 하늘을 이고 서 있는

설백의 희양산 그 기백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거늘


그래서 그 아래 봉암사가 있고

9산선문의 희양산파가 거기 있었던 것이거늘

굳이 스님을 찾아 뭣 하리


봉암결사로 불교유신을 이루었고

그 명맥이 오늘에 전함이

위대한 희양산 그늘이거늘


감히 정면으로 쳐다보기도 어려워

살그머니 뒤편으로 돌아간다


깊은 산그늘 속에 숨겨진

은티마을을 찾아드니

지름티재로 올라가란다

천길 벼랑에 매달려

희양산 그 등에 대고 소리친다


나도 부처님 가까이 가고 싶다고

그래서 등 뒤에서나마

희양산을 오르고 있다고---

글쓴이 - 아미산(이덕호)

*스크? 해 가시는 분들은 출처를 분명히 밝혀 주세요.

아니면 저작권법에 저촉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산에 관한 시 모음>


+ 산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함민복·시인, 1962-)


+ 산이 나를 기다린다

"오늘도 산에 갈래요?"
비오는 날, 아내 목소리도 젖었다.
"가 봐야지 기다리니까"
"누가 기다린다고"
"새가 나무가 풀이 꽃이 바위가 비를 맞으며 기다리지"
"그것들이 말이나 할 줄 아나요"
"천만에, 말이야 당신보다 잘하지"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시인데
아내는 아직 나를 모른다
(이생진·시인, 1929-)


+ 산  

눈 덮인 고향마을이다
웅숭깊은 어머니의 큰 가슴이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침묵은 경전의 바다다
생명이 철마다 피고 철마다 지는 영원한 안식처이다
산 자들이 겸허히 고개 숙이는 거대한 자연이다.
(김인화·시인)


+ 산경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도종환·시인, 1954-)


+ 산 동안거에 들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낙엽자리인가
바스락 우두둑 골절된 가랑잎들
고요의 뼈를 들추는 경계를 지운 산
나를 불러들이고 허둥지둥 지나온 길
돌아가는 길 또한 오리무중,

누가 누구의 길을 동행하고
누가 누구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가
네가 내게 마음이 없으면 오지 않을 터
내가 네게 길이 없으면 가지 못할,

눈을 뜨면 어느새 산 빛 풀빛 본연의 모습
전광석화 번쩍 오가는 시간의 화살도 잠시
머물지 못하고 떠나가네, 그렇게 낡아 사라지네

사람들아, 禪에 든 저 깊은 산 깨우지 마라
(송문헌·시인, 충북 괴산 출생)


+ 2월 산

부푼 유두를 싸매고
만삭의 여자는 근신중이다

꽃 피던 시절에 눈 맞아
사랑인들 푸지게 했던가

나비야 벌이야 문이 닳도록 드나들더니
입덧나 토악질 한 뒤론 얼씬도 않고  

짐승들의 집이 되는 일
그늘이 되는 일
바람을 다스리며
곱게 죽는 일까지
여자의 태교는 끝이 없고

태아는 자궁에서 배를 걷어찬다
마침내 양수가 터지고  
신음 소리 커진다
(운준경·시인, 경기도 양주 출생)


+ 안 가본 산

내 책장에 꽂혀진 아직 안 읽은 책들을
한 권 뽑아 천천히 읽어가듯이
안 가본 산을 물어물어 찾아가 오르는 것은
어디 놀라운 풍경이 있는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마냥 흘러가고픈 마음 때문이 아니라
산길에 무리 지어 핀 작은 꽃들 행여 다칠까 봐
이리저리 발을 옮겨 딛는 조심스러운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누대 갈참나무 솔가지 흔드는 산바람 소리 또는
그 어떤 향기로운 내음에
내가 문득 새롭게 눈뜨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성깔을 지닌 어떤 바위벼랑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새삼 높은 데서 먼 산줄기 포개져 일렁이는 것을 보며
세상을 다시 보듬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직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랑의 속살을 찾아서
거기 가지런히 꽂혀진 안 읽은 책들을 차분하게 펼치듯
이렇게 낯선 적요 속으로 들어가 안기는 일이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이성부·시인, 1942-)


+ 산에 가는 이유

산에 가는 것은 밥 먹는 것과 같아야 하고
잠자는 것과 닮아야 한다.

번개 치는 날도, 천둥 우는 날도
산 타는 일이 처갓집 가듯
당당해야 한다.

소낙비 억수로 맞고 어질어질 취해
산 내려옴도 술 먹는 날인 양
자주 있어야 한다.

발가벗고 발길 닿는 대로 능선 쏘다니는 일도
여름 찬물 마시듯
부담 없어야 한다.

노는 날
날빛 고루 환한 날 택해
요란한 산 여럿이 감은
빛 좋은 개살구 된다.

산 가는 일은
별식 같아선 안 된다.
바람 불어도 산 가야 하고
가슴 뛰어도 산 올라야 된다.

기쁨 돋을 시나 슬픔 잠길 때만
가는 산은
절름발이 산행이다.

산 가는 것은 잠자는 것과
같아야 하고, 밥 먹는 일과
닮아야 한다.
(성락건·시인)


+ 산

내 소원이 무엇인지 아나
소원이 생각날 리 없는 산골이라
아내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뭔데
내가 산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 안 사는 저런 큰 산 하나를 사는 것이다
그러자 아내는 갑자기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저 쓸데없는 것 사서 뭐하게 또 빌어먹을라카네
내가 풀이 죽어 말했다
개간해서 농사 지을라 안칸다
나는 말없이 산을 둘러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나한테는 필요 없지만 나무들한테 산이 필요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안개한테 구름한테 산이 필요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사도 누가 사는지 산이 모르기 때문에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사도 아무 소용없는 빈 산이라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내 만년에 그런 산에 혼자 살고 싶어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이문길·시인, 1939-)


+ 다시 山에 와서

세상에 그 흔한 눈물
세상에 그 많은 이별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으로 다시 와
정정한 소나무 아래 터를 잡고
둥그런 무덤으로 누워
억새풀이나 기르며
솔바람 소리나 들으며 앉아 있으리.

멧새며 소쩍새 같은 것들이 와서 울어주는 곳,
그들의 애인들꺼정 데불고 와서 지저귀는
햇볕이 천년을 느을 고르게 비추는 곳쯤에 와서
밤마다 내리는 이슬과 서리를 마다하지 않으리.

내 이승에서 빚진 마음들을 모두 갚게 되는 날.
너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백발로 졸업하게 되는 날
갈꽃 핀 등성이 너머
네가 웃으며 내게 온다 해도
하나도 마음 설레일 것 없고
하나도 네게 들려줄 얘기 이제 내게 없으니
너를 안다고도
또 모른다고도
숫제 말하지 않으리.

그 세상에 흔한 이별이며 눈물,
그리고 밤마다 오는 불면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에 다시 와서
싱그런 나무들 옆에
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하늘의 천둥이며 번개들을 이웃하여
떼강물로 울음 우는 벌레들의 밤을 싫다하지 않으리.
푸르디푸른 솔바람 소리나 외우고 있으리.
(나태주·시인, 1945-)


+ 산, 하나님의 병원

한 마리 뱀처럼
산 속으로 사라진 길
회색 장삼을 입은 수도승도
길과 함께 숲 속으로 사라지고
저만 그들의 행방을 아노라
떠가는 구름이 벙글거리더라.

하나 아프지 않고 유쾌하게
울창한 숲의 온갖 향기로 치료하는
하나님이 차려 놓은 이 거대한 병원,
맑은 물과 바람, 새들의 노래 소리에
몸과 마음 구석구석 때를 씻어 헹구고
비쭉비쭉 치솟은 웅장한 산봉우리들은
산 같은 용기를 가지라 외쳐대고
더러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돌부리까지
걱정 근심 시기 질투 미움 탐욕
세상 보따리 다 팽개치고 돌아가란다.
영원한 생명 근원의 산으로부터
밀려드는 생기를 가득 채워 가란다.

우거진 잎새 사이로
곰보자국처럼 떨어진 햇살에도
전율하는 돌단풍과 그 둘레의 작은 풀잎들
순결한 사랑은 스치는 바람결에도 소스라치고
하늘 향해 반짝이는 잎새들의 해맑은 표정
아픈 곳을 싸매 주는 부드러운 붕대 같은
하얀 구름 가만히 떠가는 깊은 골짝
세상 어떤 음악보다 살아 역동하는 물소리
산이 품고 있는 모든 것을 양약(良藥)으로
사람들의 상처 입은 마음과 지친 육신을
고치고 치료하는
오, 보이지 않는 위대한 손길!

작은 풀꽃들의 비밀 하나도 모르면서
바위는 여전히 성불을 위해 참선 중인지
머리만 내놓고 가부좌로 앉아서
세상 찌끼 다 토하고 내려가도 말이 없고,
멀어져 가는 새들의 노래에 뒤돌아보며
신비한 능력으로 치료받아 나무들처럼 싱싱해진
사람들은 선함과 아름다움과 진실함과 거룩함과
사랑과 기쁨의 신의 성품으로 가슴을 채우고
산의 수문장 전나무들의 씩씩한 전송을 받으며
싱그러운 물처럼 바람처럼 내려오고 있더라.
(최진연·시인, 경북 예천 출생)

 

 

 

 

 

 

<고치령>

 


 

백두대간 허리 가로지른 고갯길

 

단종의 복위를 꿈꾸던

 

금성대군 밀사가

 

영월의 단종을 배알하러 다니던 곳

 

그곳 고치령 고갯마루가 헛헛하다

 


 

원통하게 죽은 단종은 태백산신이 되고

 

억울하게 죽은 금성대군은 소백산신이 되었으니

 

고치령 정상에 신령각을 세워

 

두 원혼을 모시고 달랬는데

 


 

서럽고 답답한 민초들은 치성을 드리고

 

지나가는 길손은 안녕을 기원하며

 

영험을 얻었다는 산령각은 옛 대로이나

 

고갯마루엔 인적이 두물구나

 


 

경상도 봇짐장수가 넘나들었던 고개

 

강원도 산삼장수가 넘던 고개

 

충청도 박물장수가 넘어가던 고개

 

하 많은 사연들이 쌓여 있는 고개

 


 

오랜 세월 온갖 풍상 다 겪었으니

 

나그네 행색도 달라지고

 

넘나드는 사연도 달라지고

 


 

신령님은 구천을 헤매 다니나니

 

봇짐장수는 어디가고

 

산삼장수, 박물장수도 없구나

 


 

이제

 

길바닥을 할퀴고 먼지를 뿜으며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만 요란하니

 


 

웃음소리 사라진 적막강산

 

묵묵히 넘는 고개에

 

무거운 발자국 소리만 이어지네

 

 

 

 

 


 

<공작산>

 


 

푸른 하늘 아래

 

오색찬란한 날개를 펼치면

 

그 화려한 깃털 속에 무한한 꿈이 서려 있어

 

아름다운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단다

 

아! 대 한 민 국

 


 

공작새를 닮았다는 공작산이

 

고고한 자세로 고개를 들고

 

너브레 들녘을 내려다보며

 

내일을 위해 힘을 내라고 격려를 한다

 

아! 대 한 민 국

 


 

우리 그동안 고생 많았지만

 

가는 해는 곱게 보내고

 

오는 해를 즐겨 맞으면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을 것이란다

 

아! 대 한 민 국

 


 

가는 세월 오른 세월 막을 수 없어도

 

예쁜 공작새 깃털처럼

 

한 올 한 올 정성을 드려

 

소중하게 세월을 쌓아 가면

 

아름다운 삶이 다듬어질 것이란다

 

아! 대 한 민 국

 


 

이처럼 공작산은

 

산정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르며

 

땀 흘려 다가서는 사람들에게

 

희망찬 내일의 꿈을 엮어

 

목에 걸어준단다

 

아! 대 한 민 국

 

 

 


 

<금학산-홍천>

 


 

금모래 은모래

 

파란 물결에 몸을 씻는데

 

느릿느릿 뗏목을 타고

 

황혼의 물길에

 

구성진 노랫가락

 


 

노일 강변에 서서

 

행여 뗏목이 서려나

 

애타게 기다리는 수줍은 처녀

 


 

희한하게 수태극(水太極) 그리며

 

금학산을 휘감은 홍천강변에

 

저녁연기 번지고

 


 

애달픈 인연을

 

맺고 끊지 못하여

 

기다림에 지쳐

 

물귀신이 되었다는 새아기

 


 

이제 이 오지에도

 

신작로가 뚫리고 자동차가 다니고

 

마을엔 확성기가 악을 쓰니

 


 

유행가 가락에 맞춰

 

음식점이 들어서고

 

펜션이 줄을 이어

 


 

바람 든 젊은이는 다 나가고

 

힘없는 늙은이만 쭈그리고 앉아 있으니

 

금학산을 찾아온 나그네가 신음을 한다

 


 

금학산아금학산아

 

어인 일로

 

물길은 흐리고 모래 빛은 검으냐

 

예보다 맘은 쓰리고

 

삶은 왜 이렇게 고달프냐

 


 

 

 


 

<나는 산으로 간다>

 


 

자기만이 유일한 애국자라고

 

그렇게 외치는 사람들 중에 하나를 뽑는

 

선거 날이면

 

나는 산으로 간다

 


 

끼리끼리 돈을 싸들고

 

떳다방이 몰려드는

 

아파트 추첨 날이면

 

나는 산으로 간다

 


 

죽기 아니면 살기라면서

 

흉기를 들고 때려죽일 듯이 덤비는

 

강경 노동자들의 시위 날이면

 

나는 산으로 간다

 


 

교문에 엿을 바르고

 

두 손을 모으는 어머니가 애처로운

 

수능을 치르는 날이면

 

나는 산으로 간다

 


 

그리고 이런 날에도 나는 산으로 간다

 


 

죽어서도

 

진실은 허위에 짓눌린 채 촛불에 타버린

 

그런 전직 대통령을 위한 국민장 날에도

 

나는 산으로 간다

 


 

그리하여 더럽고 치사하고

 

온갖 불량잡배가 판을 치는

 

세상사가 싫으면

 

나는 산으로 간다

 


 

 

 


 

<대덕산-무풍>

 


 

산허리를 휘감던 새벽안개

 

아침 햇살에 쫓겨 가니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놀란 까투리 하늘로 치솟는다

 


 

산줄기마다 단풍이 고운데

 

넉넉한 억새밭이

 

바람에 나부끼니

 

은빛 산등성이 눈이 부신다

 


 

대덕산에서 가지 쳐 나간

 

수도산 줄기가 선명하고

 

저 멀리 가야산이 눈짓을 하며

 

이웃의 삼도봉이 다정하구나

 


 

할 일 없는 나그네

 

이 산 저 산 헤매다가

 


 

삼봉산 너머 기우는 해를 보고

 

덕산재로 내려갈까

 

소사재로 내려갈까

 

망설이는데

 


 

저녁노을 따라 그리움이

 

발부리에 엷은 그림자처럼 드리운다

 


 

 

 


 

<대미산>

 


 

산과 산 사이

 

집과 집 사이

 

어느 곳에 사는 지도 모르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남이 하면 하는 대로

 


 

그렇게 사는 홀아비 아저씨처럼

 

소리 없이 서 있는 대미산

 


 

뒤에는 난폭한 형처럼

 

월악산이 버티고 있어

 

그 기세에 눌려 납작 엎드린다

 


 

겁에 질려 살며시 곁눈질 하니

 

앙칼진 황장산이

 

날카롭게 째려보고 있다

 


 

얼른 눈을 돌려 조심스레 앞을 보니

 

거긴 영악한 동생처럼 포암산이

 

눈을 똑바로 치뜨고 쳐다본다

 


 

얼른 눈을 감았다가 옆을 보니

 

새침하게 생긴 문수봉은

 

앞만 보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 없고

 

누구 하나 동무하자는 이 없어도

 

이대로가 좋다는 대미산

 


 

주변 산들이 모두 당당해도

 

조용히 물러나서

 

커다란 배를 내어 밀고

 

우두커니 들녘을 내려다보고 있다

 


 

 

 


 

<육산과 바위산 - 대야산 벼랑에 서서>

 


 

부드러운 육산은 어머니 같다

 

거친 바위산은 아버지 같다

 


 

어머니의 자상함, 아버지의 엄격함

 

산은 그런 모습으로

 

찾아오는 사람들과 정을 나눈다

 


 

그리고 산은

 

흐트러지지 않은 꼿꼿한 자세로

 

찾아드는 사람들에게 당부를 한다

 


 

그대 바위벽에 매달려 서툰 솜씨로 머뭇거리면

 

어머니는 가슴을 조이고

 

아버지는 고함을 친다고

 


 

그대 정상에 서면

 

어머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몰아쉰다고

 


 

그리고 산은 이야기 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르다고

 

흙산과 바위산은 전혀 다르다고

 


 

그러므로 그 모두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을 올라야 한다고

 


 

그리하여 바위산을 오르며 생각한다

 

아무래도 산을 바위산이라야 한다고

 

그리고 흙산을 오르며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산은 육산이어야 한다고

 


 

또 내려오며 생각을 한다

 

산은 정말 산이니까

 

육산이든 바위산이든

 

산은 본래의 모습으로 산이면 된다고

 


 

 

 


 

<덕유산>

 


 

늘 나에겐

 

어머니 치마폭의 내음처럼

 

그리움으로 다가서던 당신이기에

 

이처럼 찾아듭니다

 


 

향적봉 거기

 

당신의 얼굴처럼

 

내 뺨을 비볐습니다

 

못다 한 자식놈의 응석처럼

 


 

덕유평전 드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한없이 그리운 나의 어머니

 


 

무룡산 그 풍만한 하얀 배

 

거기 내가 잉태된 곳이라서

 

참으로 편안하더이다

 

어머니

 


 

남덕유

 

거기서 태어났기에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육십령

 

당신의 발치에서 올려다보니

 

할미봉에

 

어머니 당신이

 

그렇게도 애태우시던 외할머니 계시니

 


 

당신을 모시듯

 

당신을 사랑하듯

 

할미봉을 쓰다듬었습니다

 

어머니

 


 

멀고도 먼

 

덕유산 100리 길을 이렇게 걸으면서

 

당신을 그리워했나이다

 

어머니 내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계시다기에

 

덕유산 그 언저리에서

 

이렇게 맴을 돌고 있습니다

 


 

 

 


 

<두로봉>

 


 

살만큼 살았으니

 

모난 곳도 무디어지고

 

일상도 무상하니

 

삶의 이치도 그렇단 말인가

 


 

그래서

 

눈자위에 눈물이 고이니 욕심도 사그라지고

 

주머니도 비었으니 손끝이 떨린다 말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

 

마음 한 구석에 그늘이 드리울 때면

 

응석부리 손주가 귀엽고

 

쭈그러진 할멈이 불쌍해진다

 


 

그래서

 

부처님 앞에 머리 숙여

 

북대사 종소리에 귀 기울이고

 

붉은 노을에 얼굴 붉히며

 

새삼스럽게 수줍어한다

 


 

지는 해를 등지고

 

다시 살라면

 

두로봉 같으리라

 

갈 때 쯤 되어서야 그렇게 깨닫는단 말인가

 


 

예전에 미처 몰랐던

 

두로봉이 할아버지를 닮았고

 

내가 두로봉을 닮아간다는 걸

 

이제야 알겠으니

 

 

 

 

 

 

<백운봉-양평>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한데

 


 

흰 구름 치마로

 

허리 두르고

 

헌칠한 키 꼿꼿한 모습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함왕성 내력이 오래고

 

용문산 숨결이 거친데

 

그 앞에 우뚝 서서

 

양평 들녘 굽어보는 자세가 고고하다

 


 

普愚大師가 머물렀던 舍那寺에서

 

목탁소리 은은하게 들리면

 


 

건너편 양자산 너머로 해가 기울고

 

남한강 구비엔 황혼이 깃들어

 

산새들도 제 둥지 찾아가니

 


 

백운봉 산정에도 밤안개 드리우고

 

한낮의 기세도 숨죽이며

 

어둠 속으로 잦아드는 시간

 


 

길 잃은 나그네 갈 곳이 어디멘가

 

밤하늘에 별을 헤듯

 

달뜨는 허공에

 

님 그림자 쫓고 있다

 


 

 


 

<봉화산-남원>

 


 

자그마한 아가씨처럼

 

자그마한 강아지처럼

 


 

아무 꾸밈도 없고

 

넉살도 없고

 

으스댐도 없는

 


 

사람이 찾아오면

 

빙긋 웃음 한번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분바르고 치장할 줄도 모르고

 

있는 모습 그대로

 

얌전히 손님을 맞는다

 


 

건너 지리산을 보고도 수줍은 듯

 

눈길 한번 안 주고

 

가만히 앞만 보고 있다

 


 

이웃에 빼어난 암릉이 있고

 

억새밭에 사람들이 들끓어도

 

더 있으란 말도 없이

 


 

조용히 고개 숙이며

 

가는 손님 그냥 보낸다

 


 

 

 


 

<산에 오르면>

 


 

산은 높을수록 좋다

 

오르느라 힘들고

 

숨이 턱에 닿지만

 


 

높다란 봉우리에 올라서면

 

나이를 잊고

 

직업도 잊고

 


 

계층도 계급도 없이

 

지식 나부랭이

 

거추장스런 이념들

 

모두 허망하게 흩어지고

 

몸뚱이만 남아서 헉헉댈 뿐이다

 


 

그리하여 산에 으르면 누구나 알몸이다

 

그래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함께 웃는다

 


 

산에 와서 잘난 척해봐야

 

비탈길 오를 땐 숨차고

 

있는 척해봐야

 

낭떠러지 위에 서면 오금이 절일뿐이다

 


 

산에 오르면

 

찬란했던 과거도

 

설움에 찌들었던 기억도

 

다 어디로 갔는지

 


 

짙푸른 저 숲속에

 

푸르른 저 하늘 저 빈 공간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마저도 떠내려간다

 

 

 

 

 

 

 

< 삼도봉 >

 


 

백두대간 한 줄기 밟아

 

진부령을 출발하여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를 거치고

 

드디어 전라도 땅에 이르러 가슴 부푼데

 


 

삼도화합이란 웬 말이냐

 


 

백두대간 허리 부러지듯

 

언제부터 삼도가 갈라졌더란 말인가

 


 

단군왕검이 신단수 아래 신시를 베풀 때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가 어디 있었던가

 

한 핏줄 나누어 태어나서 무슨 화합인고

 


 

우리 아버지는 경상도

 

우리 어머니는 전라도

 

우리 마누라는 충청도 사람인데

 

나는 무엇이라 말인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날 때

 

거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태어나서

 

사람 구실 할 나이가 되니

 

별 소리를 다 듣는다

 


 

이 좁은 땅 덩어리에서

 

이렇게 못난 놈으로 이 땅에서 죽어가야 하는가

 

못난 이름으로 이 땅을 더럽혀야 하는가

 

저 화려한 ‘삼도화합탑’이 이슬에 젖고

 

삼도봉이 가슴을 치는구나

 


 

 

 


 

<소요산과 원효대사>

 


 

사랑인가 욕망인가

 

해탈인가 파계인가

 

인간의 한계는 어디쯤인가

 


 

요석공주를 남겨둔 채

 

허위허위 산천을 헤매다가

 

소요산에 숨어든 의미는

 

삶인가 정진인가

 


 

아 얇은 옷!

 

비에 젖은 아리따운 여체

 

그를 물리칠 수 있었음이

 

진실인가 위선인가

 


 

그래서 얻은 희열이 자재무애라

 

막힘이 없고 거침이 없음을

 

속인들이야 어찌 알랴만

 


 

그러나 그도

 

한 아이의 아비였고

 

한 여인의 지아비였으니

 


 

인간의 한계를 어디에 두었든가

 


 

얽매고 묶여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 속세의 고뇌여!

 

원효처럼 저지르고

 

원효처럼 벗어날 수 없으니

 


 

소요산이여, 백운대여,

 

나한대여, 의상대여

 


 

이 업보 어떻게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자병산>

 

마른하늘이 논바닥을 가를 땐

 

기우제를 지내고

 


 

드센 해풍이 천지를 뒤흔들 땐

 

들녘을 감싸주던 너

 


 

백두대간 한가운데 우뚝 솟아

 

힘찬 기운을 보이던 자병산아

 

너는 어디로 갔나

 


 

그 푸른 숲

 

그 아름답던 붉은 뼝대는

 

다 어디로 갔나

 


 

허연 속살을 드러낸 채

 

이리 헐리고 저리 뜯기고

 

흘러내린 창자마저 흔적 없어

 

뼈 속까지 드러났구나

 


 

살과 뼈가 갈가리 뜯겨

 

자갈이 되고, 가루가 되어

 

전봇대가 되고, 다리가 되고---

 

도시의 저 마천루가 되어

 


 

그 속에 너의 넋이

 

얼어붙어 있어

 

남은 건 꺼져 내린 슬픔뿐

 


 

그래서 너의 품속에 꿈을 키우던 소년도

 

오갈 데가 없어

 

저렇게 망연자실하고 있구나

 

 

 

 

 

 

 

<저항령>

 


 

대간 길 따라 오르려니

 

황철봉 너덜 앞에서

 

발걸음이 멈칫한다

 


 

입을 벌린 바위틈

 

저 아래가 천국일까 지옥일까

 

한숨 한번 쉬고 건너뛰니

 

하늘이 노랗다

 


 

진땀 흘리며 황철봉 내려서니

 

백두대간 잘록한 허리 펑퍼짐하게 넓어서

 

하루 밤 쉬어가도 되겠구나

 


 

신흥사 스님들이 문바위골로 올라와서 쉬었다 가던 곳

 

백담사 스님들이 길골로 올라와서 신흥사 스님들을 만나던 곳

 

그곳 저항령 한쪽에 고단한 몸 뉘어 눈을 감는다

 


 

불어오는 서북풍에 몸이 시리고

 

백두대간 눈길에 고달팠던가

 

숨소리 잦아들며 꿈속을 헤맨다

 


 

봄이면 구상나무 그늘에 얼레지가 머리를 빗고

 

초여름 덥다고 아우성일 때 핏빛 진달래가 고우며

 

한여름 더위라고 호들갑일 때면

 

청초한 산목련이 치마폭을 펼치는 곳

 


 

저항령의 사계절을 닮았는가

 

나그네 꿈속엔 봄도 없고 여름도 없이

 

늘 꽃잎만 가득하여라

 

 


 

 

 


 

<조침령>

 


 

밤하늘을 날던 지친 새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새벽을 맞는데

 


 

너무 깊은 골짜기

 

여기가 어디쯤인지 가늠하지 못한다

 


 

단목령 복암령이 저기 있고

 

높새바람에 황소가 날아간다는 쇠나드리

 

눈이 오면 설피 없이는 못산다는 설피밭

 

아침나절 밭갈이밖에 못한다는 아침가리

 


 

그 숨어든 오지에서

 

갈 곳을 몰라 헤매는 새들처럼

 


 

땀 냄새 풍기는 낯선 나그네

 

무거운 다리를 끌며

 

숲 속으로 들어간다

 

 


 

 

 


 

<팔공산>

 


 

동쪽엔 갓바위 부처님이 계시고

 

북쪽엔 군위 석굴암 삼존불이 계시며

 

서쪽엔 파계사 원통전에 관음보살이 계시고

 

남쪽엔 동화사 약사대불이 계시는 곳

 


 

고려의 개국공신 申崇謙 장군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이 성스러운 땅

 


 

그 팔공산이 만신창이다

 


 

정수리는 뜯기어 철탑이 올라서고

 

목 줄기를 타고 케이블카가 올라와서 목을 죄는데

 

가슴팍은 할퀴고 찢기어 골프장이 들어서고

 

마디마디 골마다 음식점이 넘치니

 

나래 편 봉황이 날아갈 수가 없다

 


 

그래도 갓바위 부처님은 알리라

 

이 모두가 가진 자들의 횡포라는 것을

 


 

가진 것 없는 민초들은

 

가파른 돌계단 길 올라

 

부처님께 치성을 드리니

 


 

“어여쁜 우리 영감 무병장수케 해 주소서

 

귀여운 내 자식 부디 무탈하게 해 주소서”

 


 

어설픈 아낙들은 집안 걱정 먼저고

 

자신을 위한 소원은 빌 줄도 모른다

 


 

그래도 갓바위 부처님은 알리라

 

이 어설픈 아낙들이 가진 자들보다 더 진실하다는 것을

 


 

팔공산을 헐고

 

거기 제 영달을 심어도

 

갓바위 부처님은 알리라

 

그 건 재앙일 따름이라는 것을

 

 

 

 

 

 

 

<혼자 가는 산>

 


 

산은 떼 지어 몰려가기보다

 

혼자 가는 곳이다

 


 

산은

 

고독한 영혼을 받아들이고

 

아픈 상처를 만져주고

 

여윈 가슴을 포근히 감싸준다

 


 

그러므로 우울하고 답답하면

 

산으로 가는 거다

 

분하고 원통하면

 

높은 산으로 가는 거다

 

한이 맺히도록 아프고 그리우면

 

험한 산으로 가는 거다

 


 

바위를 넘고

 

절벽을 기어오르며

 

혼신의 힘으로 천길 벼랑에 매달려

 

죽을 고비 몇 번 넘기고 나면

 

아팠던 상처 아물어 갈 거다

 


 

그리하여 우리들

 

삭막한 가슴, 허물어진 육신으로나마

 

고갯마루에 올라서서

 

저 멀리 구름 밖에 하얀 얼굴이 떠오르면

 

혼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거다

 

 


 

 

 

 

 


 

<희양산>

 


 

얼굴 하얀 동승이 서 있다

 


 

“스님 계신가”

 


 

동승의 대답이 엉뚱하다

 


 

“희양산이 저기 있거늘

 

스님은 찾아 무얼 하려고요

 


 

사람이 부처요

 

부처가 사람이라 하지만

 

스님이 저 위대한 희양산만큼이야 하겠어요“

 


 

따는 동승의 말이 옳다

 


 

파란 하늘을 이고 서 있는

 

설백의 희양산 그 기백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거늘

 


 

그래서 그 아래 봉암사가 있고

 

9산선문의 희양산파가 거기 있었던 것이거늘

 

굳이 스님을 찾아 뭣 하리

 


 

봉암결사로 불교유신을 이루었고

 

그 명맥이 오늘에 전함이

 

위대한 희양산 그늘이거늘

 


 

감히 정면으로 쳐다보기도 어려워

 

살그머니 뒤편으로 돌아간다

 


 

깊은 산그늘 속에 숨겨진

 

은티마을을 찾아드니

 

지름티재로 올라가란다

 

 

천길 벼랑에 매달려

 

희양산 그 등에 대고 소리친다

 


 

나도 부처님 가까이 가고 싶다고

 

그래서 등 뒤에서나마

 

희양산을 오르고 있다고---

 

 

 

글쓴이 - 아미산

 

 

<산책에 관한 시 모음>

+ 산책은 행동

겨울 나무를 사랑한다면
봄은 기적 같으리

고독한 사람이
물 밑을 보리

이리저리 흩날리는
가랑잎에 훨훨훨
노을 불이 붙는다

산책은
행동.
(김지하·시인, 1941-)


+ 산책길에서

세상맛이 제아무리
모래알 같다 하지만

그래도 가다가는
우리들 허전한 삶이

저 언덕 찔레꽃 향기로
필 때도 있잖은가.

천 평도 더 넘는
목화송이 구름을 가꾸기도 하고

물무늬 햇살무늬
마음밭에 찾아와

푸른 깃 조용히 펼쳐
하늘을 날 때도 있잖은가.
(김필곤·시인, 1946-)


+ 아침 散策

새벽 숲 눈썹 닦아
오솔길을 열고 간다

해맑은 풀잎 끝에
샛별이 문득 지고

도랑물 건너뛰다가
눈이 부셔 돌아본다
(강세화·시인, 1951-)


+ 아침 산책길 - 안면도

하늘과 바다를 안개가 더듬고 있다

흐린 시야 속에
물결 소리만 선명하다

저만치 물러간 수평선
낯선 바다 속에 나를 담근다

썰물이 남겨놓은 물무늬 밟으며
어제, 오늘을 하나로 묶는다

안개 위로 햇살이 번지고
솔 향기로 다가오는 아침 고요,
혼자가 되는 적막을 지우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발걸음과 해조음 소리마다
네가 있고 내가 있어
푸른 안개 속에 하나가 되는
해변을 걷는다
(목필균·시인)


+ 산책

푸른 햇살로 방금 칠해논 산길,
첫나비 등에 업혀
산수유꽃을 만났다.

밤새 길어 올린 부엉이 눈물
그 진한 기도가 섞인 산물을
수혈 받듯 마셨다.

풀잎들 자꾸만 바지를 잡아 내렸다.

몸은 황사 속을 바둥대나
마음은 종일 산수유에 입을 댔다.
(김영호·시인, 충북 청원 출생)


+ 산책

오늘은 종일
안개비 내려
님의 가슴에
산책 다녀왔다

님도 어디로
산책가신 건지
방문 열어두고
빈 가슴이셨다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빈 가슴 혼자
지키다 왔다
(강인호·시인)


+ 저녁 산책
  
내가 그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그대는 그 점을 알기나 하는지,
그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죽어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내가 그대를 잃어야만 된다면
그보다 앞서
호흡을 잃기 바라노라
새소리 높이 뜨고
물소리 더욱 흘러
내 마음엔 그대뿐인데…
내 마음엔 그대뿐인데…
들일 마치고 돌아가는 농부들은
피로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가?
(정숙자·시인)


+ 행복한 산책

한밤중 숲으로 난 작은 길을

난 걸어갔네
내 뼈에서
살점들이 잎사귀처럼
지는 소리를 들었네

무엇이 남았는지는 모르지
아직도 뛰는 심장소리 들리지만
난 한없이 걸어 여기
너무, 너무 와 버렸으므로

펄럭이는 넝마, 덜거덕거리는
오래된 절간의 목어처럼
걸려 버렸으므로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좋았네
그저 한없이 걸었다는 기억
기억 속의, 수많은 발자국과 그림자들

찬란히 빛나는 검은 뼈
어둔 밤 숲속 길을
밝히는 오래 묵은 인광

그랬었네
아마 전생의 산책이었는지도 모르지

길이 끝난 것 같은 곳에서
난 내게 전화를 건다
이젠 길이 끝난 것 같다고
펄럭이지 말고
후두둑
무너지라고
(노혜경·시인, 1958-)


+ 저녁 산책

마음은 저만치 흘러나가 돌아다닌다
또 저녁을 놓치고 멍하니 앉아 있다
텅 빈 몸 속으로 밤이 들어찬다
이 항아리 안은 춥다
결국 내가 견뎌내질 못하는 것이다
신발끈 느슨하게 풀고
저녁 어귀를 푸르게 돌아오던 그날들
노을빛으로 흘러내리던 기쁜 눈물들
그리움으로 힘차하던 그 여름 들길들
그때 나에게는 천천히 걸어가 녹아들
저녁의 풍경이 몇 장씩 있었으나
산책을 잃으면 마음을 잃는 것
저녁을 빼앗기면 몸까지 빼앗긴 것
몸 바깥, 창궐하는 도시 밖으로 나간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텅 빈 항아리에 금이 간다
어둠이 더 큰 어둠 속으로 터져 나간다
(이문재·시인, 1959-)  


+ 산책

안개 속을 들꽃이 산책하고 있다
산과 들꽃이 산책하는 길을 나도 함께 간다
안개 속 길은 하늘의 길이다
하얀 무명천으로 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안에
나도 들어가 걸어간다
그 속으로
산이 가고 꽃이 가고 나무가 가고 다람쥐가 가고
한 마리 나비가 하늘 안과 하늘 밖을 날아다니는 길
발 아래는 산, 붓꽃 봉우리들
안개 위로 올라와서 글씨 쓴다
북과 피리의 이 가슴길에
골짜기 고요가 내 발을 받들어 허공에 놓는다
써 놓은 글씨처럼 엎질러진 붉은 잉크처럼
아침 구름이 널려 있다
이 붓꽃에서 저 붓꽃으로 발을 옮길 때
안개 열었다 닫았다 하는 세상이
내 눈 안에 음악으로 산다
안개 속을 풀꽃 산 더불어 산책을 한다
(이성선·시인, 194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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