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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산행의 첫걸음-산이 거기 있기에[2]

다우리산사랑 2007. 1. 3. 11:58
 

“아빠,산에는 왜 가요?”

“으응,그냥...”

“그런 게 어딧어요?

“그냥 산이 좋아 가는 거란다!”

“좋은데 무슨 이유가 있겠니,“

“그럼,올랐다가 내려올 걸 뭐 하러 가요?

“산에 오르면 말야,조용해서 좋거든.

  시끄러운 건 질색이란다.너도 알잖니!“

“너도 한 번 올라봐,그럼 좋을 텐데.

  같이 갈래?

“아빠,난 싫어,여기가 더 좋은 걸.”

“아니야,그래도 산에 가보란 말야.

  시원한 바람이 있고,

  맑은 물소리가 가슴을 적시고,영롱한 새소리 따라

  숲으로 들어가면 호젓해서 좋고,없는 게 없단다."

“그건 세상으로부터 도피죠?”

(난 이 말에 충격을 받았으나 애써 태연한 척하며)

“얘야,꼭 그렇진 않단다,좀 더 시야를 넓혀보라구.!”

“알겠어요.그래도 힘 드는 건 싫어,싫단 말이야.”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야.왜 산이 좋은지"

"....."


둘째 아이가 중학교 다닐 무렵 주고 받은 대화였다.

둘째는 운동신경이 남달라 못하는 운동이 없었지만

웬일인지 산행만은 기피했다.

산에 가자고 하면 이리저리 피해다녔다.

그러다 고1 때,중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 적이 있는데

아들은 그 뒤로 산을 멀리 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산행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산행이 재미 있다면 아들놈도 함께 오를 텐데....


그런데 아들이 재미 없다는 산을 오늘도 난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산에 오르는 걸까?

산은 내게 무엇일까?

무엇이 나를 산으로 가게 하는가?

난 아직도 명쾌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는 오른다.저 푸른 묏부리를 향해.


"산이 거기 있어서.(Because it is there)”라는 경귀가 있다.

영국의 저명한 산악인이었던 죠지 말로리가 한 말이다.

1924년 에베레스트 원정을 목전에 두고 꼬치꼬치 캐묻는 기자들에게

귀찮은 듯 신경질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이 훗날 명언이 될 줄은 그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말로리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른 뒤 하산길에 유명을 달리 했다.

만일 그가 살아 돌아왔다면 1953년 에베레스트에 오른 힐러리 경보다

무려 29년이나 초등기록을 앞당겼을 것이다.)


"산이 거기 있어서”라는 말은 어찌 보면 대답 같고,

어찌 생각하면 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달리 생각하면 질문처럼 들리기도 하는 묘한 말이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질문 속에는 본래 대답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산에 왜 가니?”란 물음은“왜 사니”로 바꾸어도 좋을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산행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목적이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라는 이들도 있고,

'전혀 때묻지 않은 원시림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북새통처럼 떠들석한 이 열정적인 세상에서

평화와 고독이 그립다'는 이들도 있으며,

'밤새 비 온 뒤의 신선하고 습기찬 시원한 녹색 삼림에 이끌린다'는

이들도 있을 것이 다.

'산짐승의 울부짖음이나 봄 풀의 달콤한 냄새,차거움,

발바닥 아래 화강암의 딱딱한 느낌에 이끌린다'는 이들도 있고

'모험과 성취감을 갖고 싶거나

우리네 삶이 가져다주는 불필요한 혼란으로부터

여러분 스스로 움직여 독립심과 자립심을 키우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산에 가는 이유야 어떻든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가는 걸 보면

산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매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내일은 장성한 둘째에게 물어보리다.아직도 산이 재미 없느나고!

출처 : 산바라기
글쓴이 : 청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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