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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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강진군 병영면 상림리,장흥군 유치면 대리
수인산(修仁山 562.4m)은 높이는 낮지만 웅장하고 험악한 산세를 이룬다. 산성으로 둘러쌓인 정상부는 고려말부터 조선 말까지 전라병영성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왜구가 침략할 때마다 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되었다. 병영면 소재지에서 수인산을 바라보면 노적봉을 중심으로 주위가 온통 자연 암릉으로 둘러쌓여 있어 천혜의 요새로 수려한 산세를 보여준다.
수인산은 수인사라는 절 이름에서 유래된 듯하다. 폐사된 원래 수인사는 수인산의 병풍바위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홈골저수지 윗편에 위치한 현재의 수인사는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절이다. 수인산은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가을에는 머루와 다래 등이 지척에 널려있는 풍요로운 곳이기도 하다.
홈골 너머는 평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넓은 억새밭이 있으며, 정상인 노적봉은 거대한 왕릉처럼 위압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기암괴봉이 들쭉날쭉 이어지는 월출산의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제암산과 사자산 능선이 병풍을 두른 듯 솟아 있어 조망이 빼어나다.
수인산은 동문, 서문, 남문, 북문터 등을 통해 어디서나 오를 수 있으나 산행들머리인 병영면의 홈골저수지를 기점으로 산행하는 원점회귀 코스가 좋다. 수인사와 홈골 방면은 병영면 버스터미널에서 10여분 걸어 전라병사영지 기념비가 세워진 곳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수인산을 보면 홈골저수지 제방 뒤편으로 병풍바위가 보인다.
수인사는 홈골저수지 우측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배나무밭을 지나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홈골방면 코스는 홈골저수지 제방을 가로질러 간 다음 저수지 왼쪽 골짜기를 타고 올라서면 된다. 병풍바위에서 수인사로 내려가는 길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홈골 절터 쪽에서 올라 수인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 산행에 더 큰 재미를 준다.
산행은 병영면 버스터미널에서 면사무소를 지나 전라병영사지기념비가 세워진 곳에서 시작된다.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홈골저수지가 정면에서 좌측으로 돌며 수인사가 나타난다. 수인사 좌측 나 있는 등산로를 오르면 수십 그루의 감나무와 몇 개의 묘지가 보인다. 길은 금새 가팔라진다.
헬기장을 지나면 나뭇가지가 긴 터널을 이루며 길을 만든다. 산죽도 덩달아 등산로를 꾸민다. 10여분을 더 가면 암봉이 병립하는 서문이다. 수인산성 내부에는 성을 쌓았던 돌들이 흩어져 있고, 온갖 유물들이 방치되어 있다. 온돌에는 아궁이를 형성하고 있으며, 커다란 맷돌이 흙 속에 파묻혀 있다.
북문을 지나 억새밭을 헤치고 오르면 정상 노적봉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무등산, 지리산, 두륜산, 천관산, 흑석산, 월출산이 둘러싼다. 가까이는 장흥벌과 병영벌이 훤하게 내려다 보인다. 등산로는 수인사를 기점으로 해서 정상을 둘러보고 홈골로 하산하는 길과 홈골이나 수인사로 올라서 장흥군 유치면 수덕리나 성불리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홈골저수지 원점회귀형 코스가 인기 있다. 홈골저수지~홈골~정상(노적봉)~병풍바위~수인사~홈골저수지. 식수는 수인사에서 준비해야 한다. 수인산 산행은 5시간이면 충분하다. 고원분지의 유적지를 돌아보며 차분히 산행을 즐기는게 좋다.
수인사~병풍바위~노적봉
수인사를 오른쪽에 두고 냇가를 건너 가파른 시멘트 길을 오르면 곧 산에 들어선다. 병풍바위 1.34km 표지판을 지나 정겨운 시골의 뒷산을 연상시키듯 감나무가 오른쪽으로 들어차 있다. 간간이 보이는 붉은 홍시가 가을의 눈맛을 즐겁게 한다. 감나무밭을 지나면 좁은 길이 이내 사라진다. 길이 사라진 게 아니라 길위에 조차 온갖 밭작물을 심어놓은 것이다.
5분여 가다 보면 새로 뻥! 뚫린 길이 나타난다. 좁은 산길이 어느새 머리에 바리깡이 지나간 듯 파헤쳐져 있다. 길은 기존 등산로와 함께 이리저리 얽혀 있다. 아무길이나 들어서도 매 한가지로 만난다. 곧 대리석으로 치장한 묘지가 나타난다. 가파른 길을 올라치면 널찍한 바위가 나타난다.
일정스님에 의하면 옛날 장흥으로 소금장수가 쉬어 갔던 곳이라 하여 '소금바위'라 불린다고 한다. 잠시 후 헬기장이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새로 세워진 이정표에는 수인산성 0.5km, 수인사 0.82km 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곳에 서면 수인산 병풍바위가 하나의 거대한 성이 되어 올려다 보인다.
지나왔던 수인사 뒤편으로 홈골저수지가 푸른 산을 머금고 있다. 수풀로 우겨진 가파른 오솔길을 올라선다. 산죽이 어느새 등산로 양측을 가득 메우며 도열한다. 성을 나와 길은 이내 계단으로 바뀐다. 깔끔하게 정돈된 듯한 등산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병풍바위 가운데에 자리잡은 서문암을 약 30여m 남겨놓고 수풀에 길이 가로막힌다. 발길과 손짓을 해가며 길을 올라서자 곧 정상과 다름없는 서문이다. 이곳에 올라 왼쪽에 자리잡은 병풍바위에 올라서면 시야는 병영면의 너른 황금 벌판의 광활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금새 넓어지던 시야는 병영면을 둘러싼 산세에 갇히고 만다.
홈골저수지~홈골암자터~북문
초가을 강진의 산은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듯 했다. 지난 3월 봄날에 보았던 수인산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아무도 찾는 이 없는 9월의 홈골은 정글 그 자체였다. 등산로는 나무들의 연한 발목이 무수히 취재진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수풀 속에 갇힌 기자는 햇볕만 뜨겁던 3월이 봄날이 떠올랐다.
3월만 되도 이 산은, 형상은 겨울의 모습을 띄지만 여름의 날씨를 보였다. 아직 거친 가지를 뻗어내지 않았지만 산정을 뒤덮은 온기는 한반도 제일 먼저 움튼 싹을 내어 푸릇한 가지들이 질주했다. 이렇듯 제일 먼저 무더위가 시작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9월이 되어도 여름 더위는 꺾이지 않았다. 낮은 산은 온통 밀림을 이루어 인적조차 끊어 버린 것이다.
홈골저수지 제방 위를 걸으면 저수지의 수면을 스치고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제방을 가로질러 왼쪽으로 들어서면 저수지가 끝날 때쯤 감나무밭이 오른쪽으로 펼쳐진다. 홈골에 들어서면 배 밭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는 한 바위재 0.77km 표지판이 있다. 곧장 앞으로 5분여 가면 도둑골(0.6km)과 쌀남바위, 홈골 절터(0.55km)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홈골 절터 방향으로 들어서면 감나무밭과 묘지를 지나며 본격적인 홈골산행이 시작된다. 곧이어 칡덩굴과 가시덤불을 헤치며 너덜지대에 들어선다. 길이 수풀에 덮여 새롭게 개척하듯 산행을 해야 한다. 대나무가 숲을 이뤄 하늘조차 가려 한밤이나 다름없다.
이곳에는 홈골 절터가 있다고 한다. 곧이어 좌우로는 깎아지른 절벽이 칡넝쿨과 담쟁이 넝쿨로 뒤덮여 잡목 속에 가려져 있다. 홈골의 깊이에 가려 하늘만이 보이는 급사면을 올라 북문에 당도하면 평원 위로 억새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노적봉으로 곧장 올라서는 길목과 억새밭에서 만난다. 평소 때면 1시간 남짓 걸리지 않을 등산로가 2시간 반이나 소요됐다. 이파리가 떨어지고 들풀들이 사라지는 겨울이나 봄 무렵이 돼야 홈골의 제 모습을 보며 산행할 수 있을 듯싶다.
유치~수덕목장~외성문~내성문~동문
장흥군 유치면 대리에 이르렀을 때 탐진댐 이설도로 농로개설공사가 한창이다. 수몰되는 농로를 수몰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대리마을은 이미 주민들의 이전으로 폐가가 된 곳이 곳곳에 발견된다. 마을을 지나 수인산 골짜기로 들어서자 수만 그루의 은행나무가 햇빛을 받아 반쯤 노래진 이파리를 나풀거리며 한 가운데 길을 낸다. 비포장도로른 표고버섯 하우스를 지나 수덕마을로 이어졌다.
3~4채의 집들이 남아 있다. 한 때는 커다란 마을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주변의 밭에는 뽕나무와 갖가지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수덕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수인산성 외성을 지나 50여m쯤 가면 경운기 길이 우회한다. 이곳에서 휘어지지 않고 곧장 계곡으로 들어서야 한다.
등산로가 계곡에 가지런히 나 있다. 좁은 길은 너덜바위를 형성한다. 기와장 같은 바위가 널려 있다. 성벽을 밟는 듯한 느낌이다. 잠시 후에 수인산성 내성이 오른쪽의 계곡을 가로막고 산줄기를 따라 쌓여 있다. 장흥에서 오르는 이쪽의 경사가 허술한 지형이라 여겼던지 두 겹으로 성을 쌓은 듯하다.
계곡을 건너서 비탈길을 올라서자 동백나무 숲이 펼쳐진다. 예전에는 이곳 산 전체가 동백나무로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손질이 잘 된 등산로는 계곡을 왼쪽에 두고 오른다. 산죽이 때때로 반기는 듯하면 이내 동백나무가 펼쳐진다. 정상 못미쳐 대나무 숲이 사방에 펼쳐지며 한껏 기분을 고조시킨다.
흡사 동학농민군들이 죽창을 들고 에워싼 듯한 섬뜩한 느낌이다. 대나무숲을 지나자 수인산성 동문을 지나 산정의 평원에 도달한다. 곧장 길은 홈골(북문) 방향으로 이어져 있다. 좁은 소로 왼쪽으로는 뜻밖에 거대한 수로가 계곡처럼 버티고 있다.
수인산성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내려가는 길이다. 하지만 사람도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다. 6.25사변 때는 이곳을 땅굴로 여겨 공비들을 소탕할 목적으로 아군이 전소시켰다고 수인사의 진월스님은 전한다. 수로가 끝날 때쯤 억새밭이 나오며 오른쪽에 노적봉이 나타난다.
황금빛 억새가 일렁이는 천혜의 요새
수인산의 대표적인 등산 코스는 강진 병영면의 수인사, 홈골에서 시작하는 곳과 장흥 유치면 대리의 수덕목장에서 올라가는 길이다. 수인사와 홈골방면은 병영면 버스터미널에서 10여분 걸어 전라병사영지 기념비가 세워진 곳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수인산을 보면 홈골저수지 제방 뒤편으로 병풍바위가 보인다. 수인사는 홈골저수지 우측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가면 배나무밭을 지나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홈골방면 코스는 홈골저수지 제방을 가로질러 간 다음 저수지 왼쪽 골짜기를 타고 올라서면 된다.
수덕목장 코스는 장흥군 유치면 대리에서 시작한다. 장흥읍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7킬로미터쯤 가면 유치면 대리마을 입구를 지난다. 이 지점에서 좌회전하면 대리마을을 지나 수덕마을에 이른다. 각각의 코스들은 대체적으로 1시간이면 정상아래 분지에 도달할 수 있다. 각 코스에 따라 정상 노적봉까지는 20여분 남짓이 소요된다.
코스에 따라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계절적으로 다소 산행시간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여름의 홈골은 인적이 거의 끊겨 잡목과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었던 터라 두세 배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했다. 대체적으로 모든 코스는 전체 산행시간이 3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5시간 정도면 산정의 곳곳을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는 산행을 할 수 있다.
※ 산행코스
• 수덕마을 주차장→동쪽 성문→억새평원→정상(2.2km, 1시간)
• 수덕마을 주차장→동문→억새평원→정상→절터→병풍바위→수리봉 능선→주차장(5.2km, 2시간)
• 흠골저수지→흠골재 → 억새평원 → 정상(2.4km, 1시간 20분)
• 수인사→병풍바위→수인산성→억새평원→정상(2km, 1시간)
※ 교통정보
• 수인산에 가려면 광주, 장흥, 강진을 기점으로 한다. 광주에서 병영은 광주종합버스터미날(062-360-8800)에서 장흥행(05:00∼21:30) 버스가 30회 있다. 유치면을 경유하여 병영에 이른다. 요금은 5400원.
• 강진방면에서는 군내버스(05:40∼22:45)가 20번 정도 운행한다.
• 장흥공용정류장(061-863-9036)에서는 광주행(06:30∼18:30) 버스가 유치를 경유하는 버스가 10회 있다. 요금은 1000원.
• 서울고속버스터미날에서 광주행(05:30∼21:45)은 10여분마다 있다. 요금은 13000원이다. 강진행(06:10∼18:00)은 1시간마다 있으며, 요금은 15700원이다. 장흥행(08:45∼16:50)은 하루 4회 버스가 있으며, 소요시간 5시간 20분으로 요금은 15800원이다.
• 병영면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강진읍이나 장흥일원의 숙박시설을 이용해야한다. 강진읍은 다소 멀어 장흥읍내에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장흥읍에는 장흥관광호텔(061-864-7777), 그랜드파크모텔(061-863-0042) 등이 있으며, 유치면에는 보림모텔(061-864-1991), 천지파크모텔(061-862-433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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